[허이유의 사심가득 인터뷰] ECE “세간의 스탠다드 이런 걸 안 하는 게 더 멋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신경 쓰지 않는 게 우리 있는 그대로인 거 같아요.”

* 본 포스트는 영기획과 함께합니다.

인터뷰 일시 2013년 2월 6일 수요일 오후 7시

장소 한잔의 룰루랄라

인터뷰 단편선danpyunsun, 허이유Hur2U Vs. ECE

사진 ECE 페이스북 페이지

영상 key lime pie @ecnadew

정리 단편선, 허이유

최종정리 하박국HAVAQQU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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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이유 반갑습니다. ECE를 소개해주세요.

김동용 저희는 4인조 혼성 록밴드 ECE입니다.

박주원 혼성이 아니라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혼성이에요. ECE는 잘들 모르시는 것 같은데 약자입니다. 거의 한글로만 이야기해서… 영어 이니셜이고요, Emergency Call Equipment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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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기성/기타, 박주원/베이스, 김동용/보컬, 이동욱/드럼)

김기성 고2 때 밴드를 만들었는데 그때 비상통화장치란 이름을 만들었어요. 제가 밴드가 너무 하고 싶은데 일단 만들기부터 하고 이름 정해야 하니까 그냥 보이는 거 주워서 비상통화장치라고 썼어요. 나쁘지 않은 것 같아 그대로 쓰다 작년부터 영어이름으로 썼어요. 한글 표기도 그냥 ECE라고 하고, 그냥 그렇게 불러요.

허이유 고등학교 때 다 만나신 건가요?

김기성 베이스가 원년멤버는 아니고 계속 교체가 있었어요.

박주원 저는 전에 하던 밴드가 있었는데 그 밴드를 그만두고. 구인 글이 많이 올라오는 큰 베이스 카페 있거든요. 거기서 글 하나하나 보다가 ECE가 자작곡 있다 해서 들어보니 괜찮더라고요. 저는 자작곡으로 시작하는 밴드만 하려고 했거든요. 보컬에서 꽤 좋은 인상을 받았는데 동용이 목소리가 조이 디비전의 이안 커티스 같았어요. ‘어 그래서 괜찮겠다. 내가 가서 뭔가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일단 만났어요. 만나서 이야기하는데 나이 때문에 깜짝 놀랐어요. 다들 21살이었거든요. 저는 그때 34살이었는데 ‘어떻게 하지 이러다가.’ 동용이는 같이 하자고 했는데 기성이는 엄청 시크하게 다른 사람도 더 봐야 하고 아직 된 건 아니라고 딱 자르더라고요. 그다음에 2주 동안 연락이 안 와 안 됐구나 했는데 알고 보니 저만 만났더라고요.

(그 남자의 첫인상)

김동용 저희가 고민을 한 게 나이가 너무 차이가 나고 원래 여자인 줄도 몰랐고.

허이유 그러면 밴드가 이렇게 구성된 것은 언제인가요?

김기성 작년 2월 중순? 말?

이동욱 저는 할 게 없는데… 이름은 이동욱이고요 22살이고, 서울시 강북구… 저… 드럼 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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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고백 “드럼이 치고 싶어요.”)

허이유 이렇게 구성된 다음부터 공연을 많이 한 거 같던데요?

김동용 이 구성 전에는 3회 정도 공연했어요. 베이스 새로 들어오고 2개월 정도 정비한 다음에 조금 바꾸고 새 곡 쓰고 애들 개강할 시기에 시작해서 활동 시작했습니다.

단편선 주원 씨가 전에 했던 밴드는 무슨 밴드인가요?

박주원 제가 처음했던 건 ‘발전소’라는 밴드였는데 약간 ‘스트록스The Strokes’스러운 밴드였어요…

(이런 걸 했다고 한다.)

단편선 그쪽이 더 돈이 좀 됐을 것 같은데..

박주원 네. 뭐, 근데 그때 당시만 해도 스트록스 같은 밴드가 그렇게 대접받지 않던 때여서. 그리고 한 1년 하다 제가 나왔어요. 그리고 두 번째로 ‘슈퍼베짱이’란 밴드를 했었어요. 거기서 1년인가 1년 반 정도 있었던 같아.

(그녀의 과거)

단편선 다른 멤버들은 이것만 계속했나요?

김동용 네. 고등학교때 청소년 수련관에서 하는 좋은 교육사업이 있어서, 1년에 팀당 만원만 내면 연습실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었어요. 거기서 살았죠. 요 깔고 자고. 밤에 문 잠그고 술 먹고. 보일러비 우리가 안 내니까. 강북 청소년 수련관.

이동욱 서울에는 구마다 그런 게 있어요.

김동용 그런데 요새는 빡세졌더라고요. 오랜만에 갔더니 선생님이 바뀌고 법인도 바뀌었어요. 네. 아무튼 청소년 수련관에서 모든 게 시작되었습니다.

이동욱 열쇠 복사가 모든 것의 시작이었지. 수련관 키를 복사해서 다녔어요.

김기성 원래 돌려줬어야 하는데 우리가 안 돌려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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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쌈싸페 숨은고수로 선정된 ECE)

허이유 2012 쌈지싸운드페스티발 숨은고수로 선정되었잖아요? 저 쌈싸페 갔었거든요. 근데 안 봤어요. 아무튼, 쌈싸페 이야기해주세요.

김기성 저희가 나온 시간대가 사람들이 안 보는 시간이에요. 쉬는 시간.

박주원 공모해서 뽑히면 큰 무대에 설 수 있는 페스티벌이 많잖아요?  쌈싸페도 그 중 하나였고, 저희도 그때 ‘이때다 하자’해서 참여하게 됐어요. 근데 쌈싸페가 되게 의미가 있었던 게 이것 때문에 데모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었거든요. 쌈싸페 말고 다른 곳에도 우리가 자체적으로 녹음한 걸로 참여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우리 음악 좋은데 왜 안 되지?’ 생각하다가 아.. 음질을 올려야겠다!

김기성 음질이 오르니까 숨은 고수 정도는 되더라고요.

박주원 그때 이왕 녹음하고 만들었으니까 싱글을 내자.

김기성 믹싱본을 마스터링 해서 싱글을 냈죠.

김동용 데모댄스라고.

(ECE 싱글 데모댄스 티져)

허이유 곡이 두 곡밖에 없던데.

박주원 그게 비화가, 쌈싸페는 무조건 데모를 두 곡 받아서… 음반 낼 자금이나 이런 게 여의치 않았는데 그래서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 두 곡을 녹음하게 된 거죠. 그걸 음반으로 찍은 거고.

단편선 녹음은 어떻게 한 거죠? 어디서?

박주원 자주 합주하러 가던 데가 버블검 사운드인데 녹음, 마스터링 하는 부스가 있어요. 그래서 여기서 하자 그냥. 급해서 알아볼 새도 없이 거기서 진행하고 쌈싸페 내고 최종 마스터링까지, 다 거기 맡기게 된 거였어요. 그렇게 만들게 된 거고요. 처음엔 30장만 찍었고.

김동용 아쉬워서 20장 더해 총 50장 찍었는데 이제 다 팔리고 몇 장 안 남았어요.

허이유 더 찍을 생각은 없죠?

김동용 네.

허이유 혹시 다음 앨범 준비도 하고 있나요?

김동용 목표는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 무조건 내기. 좀 활동하다가 다들 군대도 가야 해서. ECE는 1년 정도 활동하다가 사라지는… 군대는 2년 정도 뒤에 있다가 갈 예정이에요.

단편선 본격적으로 음악 이야기를 해볼까요?

김동용 저희가 작곡하는 방식을 말하면 될 것 같아요. 4명이 추구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른데 곡은 기본적으로 기타 치는 친구가 90년대 초반에 너바나, 블루스록은 클리셰 영향을 많이 받아서 고전적인 리프를 가지고 오면 이것저것 하다가 그걸 토대로 쪼개고 잼하고 한 다음에 조합합니다. 그렇게 작곡은 다 같이.

(고전적인 리프)

김기성 저는 레드 제플린하고 지미 헨드릭스 좋아해요.

(싸이키델릭)

이동욱 저는 RATM을 좋아해요.

(한국에선 열맞춰라는 번안곡으로 더욱 유명하다.)

단편선 네 분의 음악을 더하면 HOT나 젝스키스 같은 게 나오겠네요.

이동욱 트레비스 바커Travis Barker 같은 거도 좋아해요. 저는 사실 살짝 힙합삘 나는 드럼 많이 좋아해요.

허이유 공연 보면 퍼포먼스가 되게 인상적인데 안무 같은 경우는 따로 다 계획된 것인가요?
단편선 그런 것도 궁금했어요. 어떤 지향을 가지고 하는 거죠? 어떤 레퍼런스, 어떤 테마, 주제를 가지는지.

김동용 네, 안무는 다 짜는 거고요. 나름 기본적인 체계가 있고 2~3회할 때마다 조금씩 바꿔서 합니다.

박주원 곡마다 춤은 다 정해져 있고요. 최근에 했던 FF 공연이나 로라이즈 때를 예로 들자면, 그때는 동용이가 양복 입고 헤드랜턴 쓰는 퍼포먼스를 했었어요. 그때그때 외적인 걸 가변적으로 하는 거에요. 춤도 그렇고. 또 전에는 영상 작업을 해 올렸고, 쌈지 때는 드럼 앞에 꽂아서 드럼 퍼포먼스를 했어요. 그런 이벤트 적인 측면을 늘 바꿔요. 또 동용이가 쉽게 질려 하는 게 있어서 한 가지를 길게 안 해요. 최대한 길게 하면 5번? 3번 이상은 잘 안 하고 싶어하죠. 계속 똑같으면 스스로도 재미를 못 느끼니까.

(11분 50초에 해드랜턴을 쓴다.)

김동용 그러니까 공연을 해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콘서트 마냥 뭘 짜서 하려고 하죠.

단편선 그걸 왜 하시는 거죠?

김동용 왜 하느냐면..

멤버일동 왜 하는 거죠? 왜 그랬어요?

허이유 합의하에 하는 거죠? 다른 멤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동욱 안 하는 거 보단 하는 게 훨씬 낫죠.

박주원 전체적으로 저희 공연에 도움이 되니까. 저희는 항상 공연할 때 한 명이라도 저희 공연을 빠짐없이 보러 온다고 가정을 하거든요. 곡이 좋으니까 듣고 싶은 건 이해하지만, 거기에 더해서 저희가 영상을 틀면 매번 오시는 분이 안 질리잖아요. 그래서 ECE 노래가 좋아서 오는 것도 있지만, 기획이 자주자주 바뀌니까 ‘번에는 어떤 기획을 할까 기대를 하고 올 수 있게. 동용이가 같은 걸 자주 하는 걸 못 견디기 때문도 있을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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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E는 이렇게 공연한다.)

이동욱 일단 우리가 재미있어야 한다, 우리가 즐겨야 한다. 이런 주의가 강해서.

김기성 나는 뭘 안 하는 거 같은데 나도 뭘 해야겠다.

김동용 나 같은 경우는 퍼포먼스도 그냥 곡 요소로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하거든요. 솔직히 많은 레퍼런스가 있으니까 이런 걸 하는 거겠죠. 다 이야기해도 되는 건가? 굉장히 쑥스러워서.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 할아버지들 좋아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제가 퍼포먼스가 강한 그룹이나 80년대 포스트 펑크 시절의 그런 팀들을 알기 이전에도 무대에서 퍼포먼스는 하려고 했어요. 영향은 받죠.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이나 데이빗 보위David Bowie, 제네시스Genesis에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 같은 소위 말하는 전방위 아티스트에 대한 동경, 그런 게 고3 때부터 굉장했어요.

(전방위 아티스트의 공연모습)

단편선 입시스트레스…

김동용 이야기하자면 그러다 보니까. 그때는 얘기하자면 그래서 뭐… 통섭, 저는 통섭 교육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뭐 얘기하자면 그래요. 여러분은 한 가지에 집중하시길.

단편선 형태상으로 포스트 펑크 같은. 근데 문제가 있네요. 조이 디비전은 마르고 간지 나는데.

김동용 아 저는 귀엽고 동그래서…(다들 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동용 그에 맞는 생각을 하고 합니다.

허이유 안무에 의미가 담겨있나요?

김동용 의미를 갖고 하죠. 처음엔 퍼포먼스 한다고 이야기도 안 하고 그냥 하고 그랬어요. 편곡도 가미하고 하려고.

허이유 이런 것도 재미있어요. 보컬은 퍼포먼스 하는데 베이스는 또 엄청 정적으로 보이더라고요.

박주원 제가 가만히 있는 게 아닌데, 사실 되게 많이 움직여요. 근데 옆에서 하도 움직이니까. 그래서 제가 잘 티가 안 나는 거 같아요.

단편선 퍼포먼스라는 게 일반적인 퍼포먼스로 끝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데 ECE는 계속 고민하는 게 있는 거 같아요. 보컬 멜로디 라인 만드는 것처럼 어떤 식으로 보여질 것인가.

김동용 그렇죠.

김기성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죠. 저도 음악적인 것보다 어떻게 보일지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단편선 기성 씨가 원래 기타가 머리가 길었었잖아요. 지금은 잘랐는데 올드한 그런지 간지..

김동용 전 그래서 좋았어요. 이 퍼포먼스를 하는 게 약간의 부조화를 일으키는 느낌도 있으니까. 기타가 좋았던 건 이 친구가 저번 공연에서는 입으로 연주하는 걸 했어요. 음악은 너무 약파는 것 같지 않으면서 진정성 있는 우직한 그런 리프들이. 이런 게 바로 순박해 보이는 거 아닌가. 이 친구가 재규어 전에는 깁슨을 내려서 쳐서 슬래쉬Slash처럼 쳤었는데 난 그것도 좋았어요.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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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래쉬처럼 기타를 치는 김기성. 좌슬래쉬 우기성.)

단편선 밴드의 전반적인 룩도 그렇고 사운드도 그렇고 재미있는 거 같은데. 음악이 중첩되어있는 부분을 타협 안 하고 그냥 부조화 그대로.

김기성 사실 제 지향점은 ‘공존이 성공하면 접는다!’ 이것들이 공존이 된다면 ‘아 됐네.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

김동용 우리 음악이 좋게 촌스러울 수 있고 나쁘게 촌스러울 수 있는데 네 명이 주구장창 쏟아내고 쑤셔 넣기 때문에 일단 재미있고 듣고 볼 게 많아져요. 곡마다 입김이 누가 더 센지도 느껴지고..

김동용 재미있는 건 우리가 밴드를 시작할 때부터 커버랑 카피는 하나도 안 했다는 거.

김기성 진짜 포스트펑크. 사실 그때가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이동욱 진짜 8비트밖에 못 치는데 이상한 거 시키고.

김기성 사실 그때가 제대로 약 빠는 음악이었지.

김동용 곡에 브릿지 개념이 없어서 파트 넘어갈 때마다 브레이킹 다 하고.

이동욱 항상 솔로 뒤에는 스네어 연타가 있었지. 마지막은 항상 웅장하게 끝내고.

단편선 밴드 느낌이 그렇네요. 다 일단 약을 빠는데 각자 다른 종류의 약들을 빠는 느낌.

김동용 우리가 이 포맷이 유지될 수 있는 건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계속해서 그래. 듣는 게 다 다르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주구장창 하는 거지.

이동욱 그런데 우리처럼 멤버들이 취향이 다 다른 밴드들이 많은데 장르를 정해서 하더라고요. 하나를 딱 정해서 그걸 많이 듣고 연구해오자 하고.

박주원 우리는 각자 좋아하는 장르를 연구해서 오지.

김기성 전체적으로 사운드로 보면 펑크랑 메탈이랑 합쳐놓은 게 있는데, 근데 또 그런지 같기도 한 데, 막상 그런지는 아무도 안 듣고.

김동용 예전에 단편선 씨가 기타가 좀 더 재미있게 쳤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거든요. 근데 제 생각은 달라요. 저는 지금이 가장 재미있는 것 같아요. 만약에 이 친구도 오버해서 쳤으면 완전 80년대 포스트펑크 같았을 거에요.

단편선 촌스러움에 대한 애착이 있나요?

김동용 저는 좋아하는데 다른 멤버들이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김기성 저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는데 얘가 맨날 촌스럽다고 하니까 내가 하는 게 촌스러운가? 얘는 촌스럽다는 말을 달고 살아요

김동용 우리는 키치로 갈려고 하는 수많은 사조에서 벗어나 이런 훌륭한 양질의, 들을 거 많고 볼 거 많은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박주원 동용이의 개인 의견인 것 같습니다. ECE 전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어요.

단편선 사실 ‘촌스럽다’라는 게 상대적인 의미잖아요. 어디에 비교해서 얘기하는 거죠?

김동용 제가 말한 건 역시 복고주의나 이런 식의 촌스러움이 아니고. 상대적 개념의 비교를 하는 걸 떠나 약간 각자의 추구하는 스타일들이 이렇게 서로 막 밀어붙이면서 만드는 방식 자체가 촌스럽고 순박하다는 것이에요. 그렇지, 용어 자체가 내 개인적인 용어이지.

박주원 저는 ‘촌스러워, 하지만 되게 좋아.’ 이런 의미로 해석하고 있어요. 요즘 유행하는 장르들이 있잖아요. 이제는 인디 신에서도 추구하는 방향이나 유행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ECE가 그런걸 안 해서 좋았어요. 또 처음에 여기 들어갔을 때 주변에서 얘네 음악을 들려주면 ‘너바나 스럽다’ 그랬었어요. 그런데 제가 개소리하지 말라고 하는 게 저는 ECE가 일반적인 얼터너티브 장르와는 다르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무튼 주류라고 해야 하나, 그런 유행하는 거랑 다른 음악을 하고 있는데 ‘너넨 아직도 얼터너티브 하고 있냐. 우리는 이런 거하고 다른 거시기가 있다’ 이런 느낌인 거죠. 저는 감히 말하지만 저희 같은 음악이 나중에 대세가 될 것이로 생각해요. 촌스러움이 주는 다른 신선함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튼 내가 여기에 일조해 우리나라에 아직 안 뜨고 있는 장르를 발전시키자!

단편선 장르적 측면에서 아까 펑크라고 생각한다고 하던데.

김동용 저는 펑크라 생각해요.

박주원 저는 펑크라고 생각 안 해요.

김기성 저는 그런지라고 생각해요.

이동욱 저는 메탈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동용 나 같은 경우 처음 고민했던 게 우리를 메이저 음악 좋아하는 분도 안 좋아하고 골수 마이너들도 안 좋아할 것 같아서. 우리 음악이 정통 느낌이 없어서 리스너 확보에 무리가 있지 않을까.

김기성 흐름에서 벗어나 있는 건 맞는 것 같은데 다들 흘러가는 각자의 흐름에서 그게 또 나름대로 괜찮죠. 그런데 계속 이렇게 얘기를 하다 보니까 아까 융화가 되면 접는다고 했는데 60먹어서도 서로 다른거 쑤셔 넣을 것 같고.. 평생 안 접을지도 모르겠다.

박주원 누구는 어떻게 해야 한다, 이렇게 신경 안 쓰는 게 좋은데, 춤추는 거 좋긴 한데 좀 더 꾸며야 하지 않나. 뭐 이런 세간의 스탠다드 이런 걸 안 하는 게 더 멋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신경 쓰지 않는 게 우리 있는 그대로인 거 같아요. 하고 싶은걸 하는 게.

김기성 장사할 때 남 얘기 들으면 망해.

(130215 ECE (ECE) Full Concert @요기가 갤러리)

허이유 저희가 자립음악생산조합에서 인터뷰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질문들 준비해 왔거든요. ECE는 레이블과 계약하고 활동할 계획이 없나요? 자립음악생산조합 가입 계기는 어떻게 되는지.

김기성 레이블 콘택트가 오면 고려해볼 수 있지. 근데 아직 그런 콘택트를 받아본 적은 없어요.

박주원 조합원은 동용이랑 저, 두 명이고요. 저희는 작년에 가입했어요. 얘가 먼저하고 제가 좀 텀을 두고 늦게 했어요. 조합이 두리반에서 시작했잖아요. 그때부터 봐왔어요. 조합을 알고는 있었었고 솔직히 그때는 두리반 51+ 페스티벌 하고 끝날 줄 알았어요. 안 할 줄 알았는데 계속 있더라구요. 그래서 찾아보고.. 조합을 말 그대로 ‘어디에 기대지 않고 만들고 싶은 사람이 서로 도와가면서 잘하면 좋지 않을까’의 취지로 이해했거든요. 그런 거라면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 또 저희처럼 조합에 분명히 완벽하게 다 가입되어 있지 않은 밴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또 우리가 잘 모르는 숨어있는 밴드들 하고도 알고 지냈으면 하는 생각에 가입했어요.

(두리반)

단편선 뭐, 좀 도움이 되나요?

박주원 사실 처음엔 그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지금은 많이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립의 밤 기점으로 자립에 있는 조합원분들이나 관계자분들이 저희를 많이 알아주시는 것 같고 저희가 조금 더 활동 폭을 넓히는 데는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김동용 일단 자립이란 말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음악인이 자립을 한다. 흥미롭죠. 그러면서 자립음악생산조합이 하는 지역사회 연대나 교육사업 같은 거도 보고. 원래 그런 거에 대해서 생각이 있고 관심이 있고 나도 뭔가 다른 신 같은 걸 일구어보고 싶다 해서 그래서 일단 왔어요. 거창한 생각은 아니고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 개인적으로도 캡틴 큐라고 예술대학 다니는 친구 셋이랑 같이 하는 게 있거든요. 이 나이 때 그런 짓 하는 사람들은 원래 그런 거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망하기도 하고 뭐 이것저것 많이 해요. 뭔가 그런 거 있어요.

단편선 근데 이게 어떻게 생각하면 조합하고 하는 게 안 좋을 수도 있어요.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거든요.

김동용 저는 뭐 별로 신경을 안 써서.

박주원 저도 조합원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조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은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거에 대해서 ‘조합이 바뀌어야 한다’ 까지는 생각 안 해요. 저는 단체가 이렇게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 솔직히 일종의 질투라고도 생각하거든요.

김동용 근데 어떤 이유로 싫어한다고요?

박주원 공연에 가면 자기들끼리만 논다. 혼자 가면 뻘쭘하다.

김기성 유대감이 거꾸로 바깥사람들을 배척하는.

허이유 뭐, 또 다른 이유들도 있어요. 탑밴드 욕을 너무 많이 해서. 이미지가 좌빨들의 모임이다.

박주원 저는 그런 것들이 대부분 충격을 이기지 못해서 나오는 반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아는 사람들은 타이틀을 싫어하더라고요. 옛날에 빅자지쇼 이런 타이틀. 여태까지 잘 용인되거나 상식적이거나 그런 거랑은 다른 타이틀이나 라인업을 가지고 기획한 것들이 많으니까 사람들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거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요.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걸로 끝나면 되는 거 같은데. 그걸 누가 비판하고 그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아무튼, 전 자립에 대한 외부적인 시선에 대해선 알고는 있고 그게 딱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김동용 너무 적어서 그래요. 곳곳에서 이런 게 많이 모이고 잘 이루어져야 하는데.

허이유 조합원이 아닌 다른 멤버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조합을.

이동욱 저는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김기성 저는 우리 밴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거꾸로 자립에 기대서 밴드가 너무 영향을 받는 것도 안 좋겠다. 더 나아가야 하는데.

이동욱 주변에는 반란군 이미지로 보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써든에 비유하면 자립이 레드팀, 폭탄 같은 거 설치하고. 살짝 신스 쪽이나 달달한 쪽이 블루팀.

(주변에서 바라보는 조합의 이미지)

단편선 앞으로 공연의 발전방향은 어떤가요.

김동용 개인마다 다르지 않을까요. 제 생각은 아무래도 지금 하는 이런 것은 이 시기에 할만한 거 같아서 올해나 내년까지는 기획이 중심이 되고 곡 성향도 이런 느낌으로 지금 하는 그대로! 나중에 저의 바람은 좀 더 요즘 또 프로그레시브한 것 많이 듣기 때문에 그런 거랑 좀 브라스도 넣었으면 좋겠고.

박주원 빅밴드?

김동용 이것저것 좀 더 프로그레시브한 면모를 넣었으면 좋겠는데 더욱 더 그래서 음악적으로 깊이감 있게 성숙해나가는 그런 느낌의.

박주원 되게 애매하다

김동용 원래 애매하게 말해야 돼. 저는 항상 브라스 좋아했어요. 아무튼, 이건 개인 생각입니다.

김기성 저는 브라스를 싫어해요. 첼로가 좋은데.

김동용 제가 항상 말하는 게, XTC 같은 밴드, 꾸준히 하면서 발전이나 음악적으로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그런 걸 하고 싶어요.

(XTC의 위엄)

김기성 그런데 그건 대부분의 밴드가 그래야 해. 음악적으로 성숙하지 않으면 밴드를 접어야 해.

김동용 현실적인 상황도 고려하고 음악 성향을 고려했을 때 제대하고 몇 년 동안 계속하긴 어렵지 않을까. 그러지 않으려면 뭔가 음악적으로 다른 면모를 보이는 게 좋지 않을까.

단편선 그러고 보니 주원 씨는 멤버들이 군대 가면 혼자 남게 될 텐데..

김기성 면회 셔틀! 치킨!

김동용 여기서 좋은 경력을 쌓아서 우리 군대 가면 누나가 원하는 대로 해. 여기 기다리든지 아니면 더 좋은 데로..

박주원 가고 나면 저는 글쎄요… 저는 처음 ECE 들어왔을 때부터 그런 얘기 많이 들었어요. 얘네 군대 가면 너 어쩔 거냐고. 너 계속 거기 있을 거 아닌데 이때 다른 장르를 열심히 파야 한다. 근데 저는 원래 좀 성격 자체가 뒷일을 생각하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지금 여기서도 밴드 하느라 바쁜데 군대 다녀오면 어떻게 되지 이런 건 가고 나서 생각할 문제고 지금은 얘네들하고 같이 어떻게 하면 좋은 음악, 더 재미있을까 이런 것만 생각하고 있어요. 뒷일은 생각 안 해요.

김기성 뮤지션이라면 자고로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김동용 나는 생각하는데 나는 나중의 퍼포먼스도 생각하고 있는데. 아마도 지금처럼 춤추는 것도 나중에는 퍼포먼스가 아닌 다른 요소를 집어넣고.

박주원 나도 이 밴드의 미래에 대해선 생각을 해. 내 개인적인 행보에 대해서는 생각 별로 안 해.

허이유 마지막 질문. ECE의 2013년 계획은?

김기성 일단 말까지 앨범 하나 내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공연은 지금처럼 열심히 할 테고 기획도 지금처럼 열심히 할 테고 곡은 작년보다 신경 써서 더 많이 만들고.. 그래야 앨범이 나올 테니까요. 있는 곡도 재정비를 한 번 더 하고. 헬로루키도 한 번. 작년에 쌈싸페 했으니까 올해 헬로루키는 간단하지. 내년에 유튜브 스타 돼서 미국 한 번 가고.. 군대도 차차..

허이유 군대는 다 같이?

김기성 날짜 대충 해서 비슷한 시기에…

김동용 나는 군악대…

이동욱 나도 군악대…

단편선 모두 원하시는 보직을 받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