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6] 조광사진관 / 자립본부 개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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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모십니다.

둘이서 사랑으로 만나 진실과 이해로써 하나를 이루려합니다. 오늘날까지 이 둘을 지성으로 아끼고 돌봐주신 여러 어르신들과 동지들을 모시고 서약을 맺고자 하오니 바쁘신 중에라도 이 둘의 계약을 가까이에서 축복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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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6] 조광사진관 / 자립본부 개업식

2013년 12월 6일
오후 4시부터

서울시 중구 충무로 2가
49-6번지
정석빌딩 지하 1층

02 456 1700

순서

오후 4시
도어오픈

오후 7시
개회사

오후 7시 반
축사

오후 8시
디제잉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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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AGATA TWEAKSTER
RMHN_
HAVAQQU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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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약간의 음식과 술, 여흥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2) 화환은 정중하게 사양합니다. 선물을 굳이 가져오실 경우 가급적이면 공간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것을 가져오시면 좋습니다. 예시) 조광사진관이라면 허니컴 그리드, 자립본부라면 중고 마이크 및 인테리어용 자작 그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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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의 글

남한에 어떤 이상한 사람이 있습니다. 별 남이 듣지도 않는 이상한 음악을 듣고 좋다질 않나 이상한 음반만 제작하여 발매를 하고 인터넷에서 이상한 헛소리만 잔뜩 하다가 옥살이도 겪어보질 않나, 남이 가지 말라는 소위 말하는 불그스름하고 음침하고 이상한 곳에 가서 사진을 하겠답시고 눌러붙어있지 않나 여튼 주위 친구들에게도 이 사람은 어딘가 좀 이상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사람의 이름과 직업은 무엇일까요? 이름은 박정근이고 원래 이 사람의 직업은 사진가입니다.

남한에 어떤 이상한 조합이 있습니다. 이상한 음반을 제작할거니 좀 도와달라고 말하면 거리낌없이 도와주질 않나 별 다 무너져가는 건물이나 남의 학교에 드럼셋과 앰프를 갖다놓고 갖은 깽판을 부리질 않나 심지어 이런 별 희한한 짓거리들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느라 하루이틀 밤 새는 건 기본인 그런 조합이라고 합니다.

이 조합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이 조합의 이름은 “자립음악생산조합”이라고 합니다.

둘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박정근이라는 친구는 이상한 헛소리를 하다가 40여일간 나라에서 주는 뜨신 콩밥을 먹느라 서울의 동쪽 끝에 있던 작은 사진관을 오랜 시간 닫아야 했습니다. 그 여파로 인해 그나마 있던 동네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져 보증금을 까먹을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심지어 이 작은 사진관은 같은 사진가이기도 한 아버지가 물려준 소중한 공간이었죠. 박정근은 2013년 여름 내내 뜨뜻한 육수를 흘려가며 사진가로서의 마지노선을 정하기 위해 서울의 곳곳을 헤매며 발품을 팔기로 합니다.

자립음악생산조합 역시 앞서 말했지만 별 다 무너져가는 건물이나 남의 학교에 돌아다니거나 또는 곧 쫓겨날 상황에 놓인 사람들 옆에 드럼셋과 앰프를 갖다놓고 온갖 깽판을 부리느라 바빴지만 한 편으로는 어딘가에 정착해서 깽판을 벌일 곳을 필요로 했습니다. 이름이 조합이라 뭔가 대단해보이지만 사실 구성원들이 대부분 21세기의 남한 사회를 살고있는 젊은 빈털터리들이 대부분이라 서울의 그 이른바 잘 나가는 강남이나 홍대 같은 곳에 음악이라는 작은 쪽배를 띄우기엔 형편이 어림 반푼어치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어디서 깽판 치는 걸로 유명해진 탓에 각설이 취급을 받느라 바빠 어디서 북채만 들어도 퍼렁 옷을 입은 포졸들이 나타났기 때문에 나름의 고민들이 많았습니다.

육수를 그만 흘릴 때가 된 10월 무렵 박정근은 마침내 사진가로서의 마지노선을 정했습니다. 우습게도 그 곳은 서울의 중심부이자 심지어 사대문 안에 있는, 일제강점기에 혼마치라는 이름의 번화가였던, 영화의 거리라고도 불리웠던, 사진가의 골목 중구 충무로였습니다. 새로이 둥지를 틀 곳을 들어가 본 박정근의 눈은 뒤집어졌지만 지갑과 통장을 뒤집어보니 속이 뒤집어졌습니다. 형편이 어림 반푼어치도 없었던 건 이 친구나 자립음악생산조합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박정근은 남의 지갑과 통장을 뒤집어보기로 합니다. 자립음악생산조합이었습니다.

자립음악생산조합 역시 포졸들에게 신고할 사람들이 없는 조용한 곳이 필요했습니다. 이미 포졸들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들이 그 안엔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사대문에서 너무 바깥에 있는 곳에 둥지를 틀자니 타령을 들으러 올 사람들이 아무도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서로가 목마른 사슴이었고 국민대통합도 요원한 21세기에 다행스럽게도 이 둘의 욕망은 맞아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11월에 임대차계약서라는 무시무시한 것을 작성합니다.

11월 내내 이들은 충무로의 지하에서 개미집 짓듯 톱밥을 물감에 말아먹었고 인생을 살면서 맺힌 응어리들을 풀듯 벽에 망치질을 했습니다. 머리를 싸매서 이름을 정했습니다. 박정근은 자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정해진 사진관 이름 조광사진관을 그대로 쓰기로 했고 자립음악생산조합은 무려 “본부”라는 단어를 써서 “자립본부” 줄여서 “자본”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사진가 박정근이 운영하는 조광사진관과 자립음악생산조합이 운영하는 “자립본부”가 새로운 곳 충무로에서 12월 6일에 개업식을 합니다.
사진가들이 하는 말 중에 사진가에게 사진관은 무덤같은 곳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박정근은 마치 킬빌 2의 우마서먼이 자기가 묻힌 무덤을 스스로 뛰쳐나오는 그런 사진가가 되고 싶었고
자립음악생산조합은 다 쓰러져가는 무덤같은 곳, 다 쓰러져가는 인간들의 옆에서 굿판을 벌이던 사람들이 모인 조합입니다.

이 둘이 어떤 포크레인이 들어와도 꿋꿋하게 자기 둥지 혹은 무덤을 지켜나갈 수 있는 서울의 좀비들이 되도록 많이들 와주세요.

박정근(조광사진관 대표)